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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다가올수록 자녀들이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등 여러 가지 아픈 증세를 학부모님들에게 호소하는 경험들을 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증세는 반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히 심각한 것으로는 1년에 한 번 뿐인 수능 시험을 볼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힘들게 공부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이런 병증은 시험 불안(test anxiety)*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험에 대한 중압감이 너무나 커서 그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어떤 돌파구가 필요한 것이지요. 특정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것은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된 현상일 것입니다. 다만 정도에 차이가 있을 텐데 학생에 따라서는 이 정도가 정상을 넘어서서 중요한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특히 재학생들은 혹시 실수하더라도 재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나마 불안감을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지만, 졸업생들의 경우에는 그 불안감이 재학생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시험 불안 때문에 수능 시험을 망쳤다고 하는 학생들을 학년 초에 종종 만나곤 했었습니다.
시험 불안은 장차 치르게 되는 시험이 중요할수록, 시험에 대해 사전 준비가 부족할수록,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낮을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불안해하면 행동이나 사고의 능률이 저하되어 시험 점수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합니다. 실력 외에 심리적인 요인도 시험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여러 가지 목적에서 실제 수능시험과 똑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모의수능 시험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의수능 시험을 실시하는 목적 중에는 학생들의 위치 진단이나 출제 경향 파악 외에 실제 수능 시험에 대해 익숙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시험 불안을 감소시키려는 훈련 목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흔히들 ‘모의고사는 실전(실제 시험)처럼, 실전(실제 시험)은 모의고사처럼 치르라’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입니다. 모의고사로 반복 연습을 하여 시험 불안을 극복하고, 실제 시험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실수 없이 문제를 풀어 노력한 만큼의 성적을 얻으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만난 학생들의 시험 불안은 학부모님의 기대 수준과 자신의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학생들 스스로는 자신의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고교 3년 동안 치른 중간, 기말고사 성적이나 여러 번에 걸쳐 치른 그동안의 모의수능 성적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나름대로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학부모님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어느 때 잘 보았던 성적만을 기억하거나, 실상을 제대로 모른 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자녀들의 실제 성적 수준을 오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성적을 자녀들에게 암묵적으로 기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녀들은 엄청난 스트레스(stress)와 시험 불안을 겪게 됩니다. 때로는 오판에 근거한 학부모님들의 지대한 정성과 노력이 그들에게 심적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학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학생들 스스로 판단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와 같은 시험 불안을 겪고 있는 학생들은 그들만의 이런 고민을 학부모님들에게 웬만해서는 털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을 믿고 사랑하는 학부모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고민을 누군가가 들어주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을 찾아 치유해야만 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서 가짜 성적의 짐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3등급 학생에게 2등급을 건너뛰어 1등급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우연히 잘 맞은 3등급일 수 있고, 실제로는 4등급이 진짜 실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우리 학생들은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말 할 수 없을 뿐입니다.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자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핑계 거리를 찾게 됩니다.
학부모님 자녀들이 시험 불안으로 그들이 노력한 결과보다 못한 점수를 받게 되는 경우만큼은 어떻든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수능 시험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남아 있는 기간 동안 혹시 자녀들이 겪고 있을 아픔이나 치유해야 할 문제는 없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 채, 금년 수능 시험에서 그동안 노력했던 결과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바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부모님들의 높은 기대 심리는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자녀들로 하여금 불안한 마음을 더 높아지게 할 뿐입니다. 만약, 자녀들이 시험 불안을 겪고 있다면 먼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아마도 학부모님이 주된 원인 제공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부모님께서 그들의 고민을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아래와 같은 마음으로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자녀들의 시험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을 대하는 학부모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이 머지않아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듯이 다른 집 아이들도 실수하지 않게 하시고, 우리 아이를 포함한 수험생들 모두 그들이 노력한 만큼 거기에 합당한 성적을 얻을 수 있게 해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시험불안(試驗不安): 검사를 받는 데 대한 피검사자가 느끼는 불안(교육학용어사전, 하우)